어린시절 우리집은 많이 지저분했다.
농사짓는 집이라 부모님은 고단하셨고 청소할 시간에 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신듯하다.
부모님이 청소를 안하시니 자식들이라고 다를게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누나가 잠시 달라졌던 적이 있다.
대전 이모네 집을 다녀왔는데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모한테 한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아빠, 엄마가 일하느라 힘들어서 청소를 못하면 너라도 청소를 해야지. 집이 그게 꼴이 뭐니?"
그런 얘길 들었다고 분노에 치밀어서 눈물까지 글성이면서 말을 했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소를 하면서 나보고 너도 어서 청소하라고 했다.
누나의 말이 남동생에게 먹힐리가 있나?
나는 전과 다르지 않게 청소를 하지 않았다.
또한 누나의 청소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집안에 아버지, 어머니, 누나, 나, 여동생 이렇게 다섯명이서 살았다.
4명이서 어지럽히고 한명이 치우면 그게 유지가 될까?
몇일 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집의 청결상태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지저분하게 사는 것이 이상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게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
아내는 정상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물건을 쓰면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을 무의식중에 하는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리 문제로 아내와 다툼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합의를 보았다.
내 방은 손대지 말아라.
대신 나도 다른 방은 깨끗히 쓰겠다.
그렇게 규칙을 정하니 정리 문제로 다툼이 사라졌다.
하지만 부부는 살다보면 닮게 되어있다.
나도 눈이란게 있다.
살다보면 정리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매일 번갈아서 보게된다.
상식적으로 무엇이 더 좋은지 느끼게 되어있다.
사실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느낌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볼때마다 매번 청소하라고 잔소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청소를 더욱 싫어하고 더 나아가 증오했을 것이다.
아내에게 서서히 물들어가던 나는 이제 조금은 청소가 좋아졌다.
과거와 달라진 눈으로 집안을 둘러보면 재미가 있다.
집에 안쓰는 물건이 많은 것이다.
고장나서 못쓰는 물건인데 버리지 않는 것도 많다.
그래서 요즘은 물건을 조금씩 비우는 중이다.
고장나서 못쓰는 물건은 과감히 버린다.
안쓰는 물건은 당근이나 중고나라에 내놓으면 좋으련만 그정도까진 아직이다.
그래도 매일 버리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에 하나씩 비우는 것이 요즘 매일 하는 일이다.
그러다가 물건이 다 없어지면 어쩌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버리는 속도보다 집에 가져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
오늘은 집에 가서 또 뭘 비워야할까?
매일매일 깨끗한 집이 되어가는 내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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